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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차이나’에 맥 못 추는 ‘캡틴 아메리카’... 中 ‘너자 2’ 흥행몰이 

이현승 기자
2025-02-20 17:38:52
‘너자 2’ 포스터(사진: 광선미디어)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너자 2’의 성공으로 자극 받은 중국 관객의 민족주의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부는 최근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캡틴 아메리카 4)를 겨냥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4’의 흥행이 부진한 가운데 특정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언론들이 ‘너자 2’와 비교하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 불과하지만 반미 감정을 선동하며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상관신문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에서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4’는 전날 오후까지 8천400만위안(약 166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는 3천836만위안(약 76억원)으로 2016년 작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첫날 수입 1억8천만 위안(약 365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미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캡틴 아메리카 4의 글로벌 수입은 2억461만달러(2천945억원)를 넘었다. 이 가운데 미국 외 지역에서 9천827만달러(약 1천415억원)를 벌었는데 세계 2위 영화 시장인 중국에서의 티켓 수입은 그 10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8일 자 기사에서 캡틴 아메리카 4가 미국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51%, 중국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5.3점에 그쳐 시리즈 전작에 비해 훨씬 낮다면서 “중국 시장에서 입소문과 흥행 모두 좋지 않아 ‘너자 2’의 입지를 전혀 흔들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또한 영화 전문가인 장펑 난징사범대 부교수를 인용해 “자국산 영화의 굴기(부상)로 중국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마블 작품이 내포한 가치관이 중국 문화와 멀어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거부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오늘(20일) ‘캡틴 아메리카 4’ 불매운동의 배경에는 그 작품을 경쟁작으로 인식하는 ‘너자 2’의 팬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너자 2’가 해외시장에서 어떻게 되든 아무래도 좋다. 다만 캡틴 아메리카 4는 중국에서 죽어야 한다”는 문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객 중 일부는 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보는 이른바 ‘N차 관람’을 통해 너자 2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쓰촨성의 한 영화관은 너자 2의 흥행 신기록 수립을 돕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 4의 상영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너자 2를 보지 않거나 좋게 평가하지 않은 경우 주변에서 “애국자가 아니다”라며 비난받는 사례도 있다.

BBC는 ‘캡틴 아메리카 4’ 미국 외 수입 가운데 해외 최대 영화 시장인 중국에서 벌어들인 액수가 적다면서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미국 블록버스터의 부진한 중국 박스오피스 성적을 고소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너자 2’는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로 널리 알려진 고대 신화 속 영웅신 너자(나타)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지난달 29일 개봉 후 9일 만에 중국 역대 최대 흥행작이 됐고 지난 18일까지 총 티켓 수입(사전판매 포함) 123억위안을 넘겨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2024)를 제치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흥행의 배경에 공산당 주도의 애국 몰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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